안경전(安耕田) 증산도 종도사님 乙未(2015)년 신년사
상생의 홍익인간 정신으로 황금시대를 복원해야
새해가 밝아옵니다.
자신보다 고통 받는 남들을 먼저 생각하고, 그런 남들을 상극의 질곡에서 나보다 먼저 구해내는 상생相生의 미덕이 절실한 때입니다.
온 누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잃어버린 내 뿌리역사를 되찾아 바로 세우고, 내 안에 깃든 광명한 본성을 회복해 상생의 새 세상을 열어젖히는 성숙한 홍익인간으로 거듭나기를 축원합니다.
어김없이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밝아옵니다. 지나온 한민족의 9천 년 유구한 역사와 인류의 발걸음을 비추어 준 천지광명의 힘찬 기운이 새해에도 여러분 모두의 가정과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동방 전통의 새해 첫날, 동지冬至
서양에서는 으레 양력 1월1일을 새해 첫날로 삼지만 동방 한민족의 새해는 언제나 그보다 앞선 양력 12월에 먼저 열립니다. 동지冬至가 바로 그것입니다. 동지야말로 한해의 묵은 기운이 끝나고 새해를 향한 새로운 생명력과 밝은 기운이 움트는(一陽始生) 진정한 새해 첫날입니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등 우리 선조들도 해마다 동지를 앞둔 음력 10월에 하늘과 상제上帝님께 천제天祭를 올렸습니다. 묵은해의 음기陰氣를 털어내고 솟구치는 새해의 양기陽氣를 흠뻑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새해를 맞는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가까이로는 모든 이의 가슴을 찢어놓았던 세월호 사태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비롯해 멀리로는 세상을 공포로 몰고 여전히 기세등등한 에볼라 괴질, 중국·일본·인도 등 곳곳을 강타한 대형지진과 화산의 천재지변, 탈레반·보코하람 등의 무차별 연속 테러, 여기저기서 365일 단 하루도 끊이지 않는 전쟁 또 전쟁, 무엇보다 당장 수많은 이들의 매일을 짓누르는 생활고 등등… 인류는 참으로 뜨거운 상극相克의 불길을 헤쳐 왔고 오늘도 질곡에 빠져 있습니다.
올 한해는 또 어떤 일들과 맞닥뜨리게 될까… 서로가 서로를 아껴주고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은 우리 인류가 그저 꿈에나 볼 수 있는 막연한 이상이나 허황된 기대로만 그치는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인류 최초의 황금시대, 환국桓國
일찍이 우리 인류에게는 축복과 평화와 장수와 행복이 충만한 황금시대가 있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나라 환국桓國시대가 그것입니다. 이미 9천 년 전 우리 선조들은 지도자와 온 백성이 한마음으로 하늘의 뜻을 받들며 사람과 만물을 낳아준 천지부모와 조화를 이루고 대자연과 소통하면서 평화롭고 건강한 장수문화를 누렸습니다.
환국-배달-단군조선으로 이어진 한민족의 7,200년 뿌리역사를 관통한 주제어는 곧 ‘광명’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천지의 광명한 기운을 내려 받아 저마다 광명한 존재로 살았습니다. 무엇보다 그 시절 나라와 백성을 이끌어간 바탕에는 하늘이 인간에 내려준 궁극의 철학이 있었습니다. 바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입니다.
환국 이래 우리네 삶을 이끌어온 홍익인간의 이념은 한마디로 ‘천지와 소통하며 내 안의 광명을 찾고, 나를 넘어 내 가족과 이웃과 세상 또한 광명으로 이끄는 존재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홍익인간의 이념이야말로 일찍이 천지가 그 자녀인 우리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원초적이고 소중한 가치였습니다.
인류가 잃어버린 위대한 이념, 홍익인간
그러나 언제부턴가 인류는 이처럼 소중한 가치를 저버렸습니다. 반드시 내가 남을 이기고, 무엇이든 내가 먼저 차지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겠다는 욕심이 세상을 덮었습니다. 그러면서 저 황금시대의 뿌리역사를 오로지 자기 이익과 욕심에 따라 멋대로 왜곡, 날조했습니다. 천지와 대자연과 인간 역사를 끌어가던 광명문화도, 위대한 홍익인간의 이념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소중한 이념과 삶의 가치를 잃고 천지의 뜻을 저버린 인간에게 대자연도 등을 돌렸습니다. 상극의 세상에서 생겨나 쌓이고 쌓인 원한이 곳곳에서 끝없는 재앙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지구촌을 휩쓰는 자연재해와 치명적인 질병들, 온갖 전쟁과 테러들, 크고 작은 끔찍한 범죄들… 이 모든 현상은 인류 상극의 역사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천지의 총체적인 징후요 경고음입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오늘 우리가 진정으로 ‘희망찬 새해, 새로운 세상’을 맞으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일찍이 인류가 누렸던 저 황금시대를 복원하는 유일한 길은 홍익인간의 이념을 오늘 다시 실현하는 것입니다.
송두리째 잃어버린 한민족 7,200년 뿌리역사
오랫동안 한민족은 제 역사와 정신과 전통을 까맣게 잊은 채 살아왔습니다. 중화사관과 일제 식민사관의 날조와 왜곡으로 환국-배달-단군조선의 7,200년 뿌리역사는 물론 단군조선 이후 북부여와 고구려로 이어진 국통맥國統脈도 송두리째 지워졌습니다. 나라가 광복한 지 7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한국인은 철저하게 왜곡되고 뒤틀린 역사를 진실인 양 착각하고 심지어 그것을 후손들에까지 가르치고 있습니다.
역사는 민족의 뿌리요 영혼입니다. 제 역사를 알지 못하는 민족에게 내일은 없습니다. 마땅히 우리는 잃어버린 내 역사부터 되찾아야 합니다. 나아가 나를 넘어 뭇 사람을 광명한 존재로 이끌던 홍익인간의 소중한 이념을 복원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럴 때야 비로소 찬란했던 옛 황금시대의 영광을 오늘 다시 꽃피울 수 있습니다.
눈앞에 다가온 상생相生의 가을세상
지금 인류는 우주의 역사(=우주1년) 속에서 상극의 봄여름 성장기를 다 보내고 바야흐로 가을 세상의 문턱에 와 있습니다. 가을은 뭇 생명을 거두고 잘 여문 알캥이들만 간직하는 성숙과 결실의 계절입니다. ‘홍익인간’이 바로 가을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성숙한 알캥이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성숙한 홍익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조선말 동학이 선포되고 진정한 근대사가 열리면서 이 땅에 오신 강증산 상제님께서 그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저마다 원시반본原始返本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상생의 미덕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봄여름 내내 하늘로 뻗쳐오르던 모든 생명의 기운은 가을이 되면서 일제히 뿌리로 돌아갑니다. 그래야 뿌리기운으로 열매를 맺고 씨앗을 품어 이듬해 거기서 다시 새싹을 틔워 생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영원한 생명력과 창조력을 갖기 위해 뭇 생명은 이처럼 가을에 자기 뿌리를 찾고 근원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이것이 원시반본의 섭리입니다. 가을 세상을 맞는 사람도 이제 저마다 자기 뿌리를 찾아 돌아가야 합니다.
사람의 뿌리는 가깝게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부모와 조상입니다. 나아가 우리 민족의 명운을 열어주신 국조國祖들이 있습니다. 더 크게는 사람과 만물을 낳아준 천지, 궁극적으로는 천지의 운행과 인류 역사를 주재하시는 상제님이 계십니다.
사람은 부모와 조상과 국조신을 받들면서 언제나 천지부모를 기억하고 상제님을 만나 그 가르침을 받아야 합니다. 그 모든 은혜에 감사하고 이들 모두를 정성으로 받드는 미덕이 바로 ‘보은報恩’입니다. 내 생명을 있게 해준 모든 뿌리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보은할 때, 우리는 진정한 홍익인간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모두가 성숙한 홍익인간으로 거듭나기를…
강증산 상제님은 또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상생의 새 시대, 상생의 새 인간상, 상생의 새 생활문화를 선포하셨습니다. 그것은 오늘날 정치판 등 여기저기서 ‘너도 살고 나도 살자’며 외치는 단순한 ‘상생’ 구호와는 전혀 그 의미가 다른 것입니다. 강증산 상제님의 상생은 ‘남부터 잘 되게 하고 남부터 살려내라’는 보다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천지와 대자연이 병들어 그 안에 깃든 뭇 생명 또한 위태로운 상극 세상의 막바지, 끝없이 번지는 원한과 보복의 불길 속에서 자신보다 다른 생명을 먼저 잘 되게 하고, 그들을 질곡에서 구해내 모두가 함께 새로이 열리는 가을 세상을 맞이하라는 말씀입니다.
이 같은 진정한 상생의 덕을 실천하는 홍익인간이야말로 장차 지구촌 인류가 한 가족으로 어울리는 새 세상, 곧 지상선경地上仙境을 활짝 여는 역사의 주인공이 됩니다.
온 누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잃어버린 내 뿌리를 되찾아 온통 왜곡된 한민족과 인류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원시반본의 정신으로 상생의 큰 덕을 실천하는 홍익인간으로 거듭나는 새해가 되기를 손 모아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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